이전에 업로드한 ‘구형 곽필름 카메라 개조’ 글에서 보았다시피, 현재 폴라로이드 (본가)에서는 필름을 만들 생각도 없고, 계획도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한술 더떠서, 2019년 현재, 폴라로이드(오리지날스)에서는 현역으로 시판되고 있는 가장 큰 사이즈를 자랑하는 즉석필름 포맷인 ‘스펙트라’ 필름 또한 더이상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상, 폴라로이드에서 만든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은 다소 모험이 따르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현재 상황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대중화를 가져옴과 동시에, 엄청난 범용성을 지니고 있는 두가지 포맷-4X5사이즈와 곽필름의 미래에 대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나마 진단해 보도록 하겠다.
글의 길이도 길이이거니와, 현재 상황에서 보안상 말 할 수 없는 영역이 어느정도 존재하는 관계로 글이 2개 이상으로 분할된 점에 대하여 미리 사과한다. 여기서는 구형 즉석필름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곽필름’ (일명, 타입 100, 타입 80, 4×5)에 대해서 말해보고, 다음번에는 시트 필름 (4×5)에 대해서 논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첫번째로, 지난 1963년에 등장하여 적어도 2016년까지 롱~런하며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대중화와, 전문가 계층의 수요를 잡는데 그 역할을 다해온 팩필름, 우리식으로 말하면 ‘곽필름’ 이라는 포맷에 대해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겠다.
곽필름이란, 아래의 영상과 같이 카메라에 장착을 하고, 촬영 후, 종이 띠를 잡아당긴 후, 튀어나오는 다른 종이를 잡아당겨서 현상을 하는-1948년에 출시되어 1992년까지 시판된 두루마리 필름에 비해 단순화된 과정을 필요로 하는 필름이다.
영상에 나온 필름은 FP-100C와 FP-3000B 필름으로서, 80년대에 후지필름에서 폴라로이드의 기술 지원을 받아, 전문가용 즉석필름 라인업인 ‘후지 포토라마 FP 시리즈’에 사용되었던 제품으로서, 폴라로이드의 파산 이후에도 전세계 폴라로이드 유저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었던 제품이였으나, 2012년 이후 생산중단, 2016년에 판매가 중단되버린 제품이다.
우리가 아는 폴라로이드 필름-아래의 거대한 여백과 정사각형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사진관에서 인화한 사진과 같이 생긴 이미지가 특징이며, ‘완전 수동식’이라는 이 단점과 장점이 공존하는 오묘한 포지션으로 인해, 산업용 또는 연구용 촬영 장비… 그러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오실로스코프 화면을 캡쳐할때 라던지 현미경의 화상을 캡쳐할 때 쓰는 ISO 10000~20000이라는 정신나간 수치를 자랑하는 특수 필름 라인업도 있었고, 환등기에 걸어서 쓰라고 있는 투명 필름인 ‘691’도 있었던 것을 보면, 이 필름의 범용성 하나만큼은 정말 끝장났다고 할 수 있으며 깊게 들어가자면 골치아프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이 산업용 또는 연구용 수요가 폴라로이드를 먹여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다.
또한, 구조 자체가 간단하고, 어찌 되었던 화학 약품이 용지에 닿으면 바로 그림이 나타나는 필름의 특성상, 다양한 필름을 개발하는데 이용되었으며, 이 포맷으로 나온 필름의 종류만 해도 좀 많다. 심각하게.
그런데 왜 이 죽여주는 범용성과 저렴한 가격을 지닌 이 필름이 왜 단종되었느냐? 라고 묻자면 2가지의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폴라로이드의 파산이요, 하나는 후지필름의 사악함이라 할 수 있겠다.
폴라로이드의 파산이야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짜증나며 고통스러운 사안이므로 넘어가겠다만, 후지필름의 사악함은 또 뭔소리냐? 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해보겠다.
일단 후지필름은 과거, 폴라로이드의 소송에 패소한 코닥이 사용하던 즉석필름 생산 장비를 헐값에 들여와서, 자사의 즉석필름 라인업인 ‘포토라마’를 개발해냈다. 이후, 후지에서는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코닥의 즉석카메라와 호환되는 필름 특성으로 인해, 자사 카메라의 판매 부진이 큰 원인이라 판단되어진다.) 후지에서는 포토라마 시리즈를 점차 단종시켰으며, 이후 ‘인스탁스’라는 제품을 발매하였다.
이를 안타깝게 바라본 사람이, 우리가 아는 ‘폴라로이드 오리지날스’의 기원이 되는 ‘임파서블 프로젝트’의 초대 사장인 ‘플로리안 캡스’라는 사람였다. 2016년 FP계열 제품 단종 소식에 즈음하여 일본으로 가서, 후지필름과 협상 후, 생산 장비를 사오려 했으나, 후지 측에서는 왜인지는 모르지만, 기계를 팔아서 얻는 수익>기계를 처분해서 얻는 수익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생산 라인의 이전을 거부하고, 기계를 전부 파쇄 처리했다. (아마 기존 코닥 및 포토라마 계열 제품의 사용자를 자사의 인스탁스 라인으로 끌어 들이는데 성공하였으니, 이제 최후의 타사 기술제휴 제품인 FP 계열 제품군을 단종시키고, 부활조차 하지 못하게 막음으로서 인스탁스 제품군으로 강제 편입시키려는 저의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인해 1963년부터 주욱 이어져 내려오던 곽필름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나 싶었으나…
아까 말한 ‘플로리안 캡스’라는 사람은 집념의 사나이였다. 이 사람이 결국 뭘 했냐, 바로 ‘기계도 없고, 기술제휴도 없으면 제로베이스로 만들면 되겠네!’ 라는 이 뭐 대단한 아이디어로 뭔가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One instant”
곽필름이던 시트필름이던 뭐던간에 즉석 필름을 만들 수 있는 장비가 죄다 후지필름 아니면 폴라로이드(오리지날스)에 가있는 이상, 유일하게 필름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약간 고통스럽겠지만 수제로 만드는 길 외에는 없다. 수제로 만드는 이상, 가격은 뭐 이미 은하철도 타고 안드로메다로 날아갔고, 한통에 10장들이 필름도 한통에 한장씩… 그러니까 대형 카메라나 일부 중형 카메라에 걸어서 쓰는 시트 필름의 즉석필름 버전이라고 해도 할 말 없다.
인정한다. 쓰기 불편하고, 비싸다. 그것도 드럽게 불편하고 드럽게 비싸다. 필자도 구매를 포기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말이 나올수도 있지 않나. 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꺼내본다.
생각해보면, 이제까지 곽필름은 (주 목적은 구형 카메라에 걸어 그 자체가 결과물인 사진을 만들어냈으나), 대부분은 전문적인 촬영을 하기 위하여 ‘테스트용’으로 찍히고 버려지는 운명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대가 디지털 시대가 되어 이러한 과정이 더이상 필요치 않게 되어 이러한 필름들은 쇠퇴하고, 이러한 필름만 사용하는 작가, 예술가, 아니면 나같은 덕후들만 사용하게 되는 당연한 흐름을 맞이하게 되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유도할 수 있다.
‘버려지는 필름이 아니라, 그 자체가 최종 결과물인 필름으로.’
-철도청을 비롯한 기타 곽필름 애호가들
말 그대로, 테스트용으로 쓰고 버리는게 아니라, 비싸니까 한장한장 의미를 담아 신중하게 찍어내고, 그 자체가 작품이 되고 SNS에 올라가는 사진이 되는 그런 시대가 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것.
수요가 충분해지고, 공정이 최적화되면 가격은 얼마든지 내려갈 것 입니다.
Supersence (One instant를 만드는 업체)
한술 더떠서, 지금은 4차산업혁명의 시대이다. 누구나 기계를 만들 수 있는 시대이다.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설비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온것이다. 수제로 만들다가 수요에 비해 물량이 딸리면 기계를 만들 것이고, 기계를 만들어 돌리다보면 언젠가는 한통에 들어가는 필름의 장수가 늘어날 것이고, 그러다보면 우리가 그리워하던 667, 669 등 과거 옛 곽필름의 시대가 되돌아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수요? 지금은 뉴트로의 시대이자, 감성의 시대이다. 즉석필름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기존 곽필름 유저들은 눈이 뒤집힐대로 뒤집혀서 이미 20년전에 유통기한이 끝난 필름을 거액의 돈을 주고 사서 작동여부라는 이름의 가챠박스를 미친듯이 까고 있다. 이미 기존 유저라는 탄탄한 수요층이 있으며, 진정한 의미의 레트로라 할 수 있는 곽필름 카메라는 이미 지천에 싸게 널려있으므로 누구나 유입되어 잠재적 수요로 유도될 수 있는 판은 충분히 깔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곽필름은 구조적 단순함으로 인해 이제까지 나왔던-혹은 나오지 못했던 다양한 바리에이션. (아 물론 테두리 색놀이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바리에이션)의 필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생산이 안정적으로 되기만 한다면 시트 필름 다음으로 저렴한 즉석필름이 되기 때문에 곽필름의 미래는 대놓고 밝지는 않더라도 그럭저럭 기대해 볼 만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곽필름이여 영원하라!!
지금 만들어지는 필름은 개발중인 필름입니다. 개발이 끝나서 이득만 들어오는 필름을 사지 말고, 기술 개발에 돈이 들어가는 필름을 사서 쓰자고요.
모 유튜버, One instant의 리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