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게임카드를 산 적이 있습니다. 트럼프 카드와 비슷한 카드들을 틴케이스에 담아둔 구조로 가격은 당시 환율 기준 한화로 약 7400원 정도였습니다.



틴케이스도 이쁘고 카드 디자인도 그리 나쁘진 않은데, 문제는 제 주변에 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리니지M에 푹 빠져계시고, 동생은 휴대폰이 더 좋다고 그러고, 다른 친구들은 PC방에서 LOL이나 하고 있거든요. 보드게임의 가장 어려운 과제는 같이 할 친구를 모으는 것이다

플레이스테이션 모양의 틴케이스를 단순히 사용하지 않을 트럼프 카드 보관함 정도로만 쓰는 것은 너무 아깝다고 생각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틴케이스를 재활용할 좋은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생각해보니 지갑으로 쓰기엔 너무 두껍고 필통으로 쓰기엔 너무 짧은 이 케이스를 사용하기 좋은 방법은 따로 있었죠. 라즈베리 파이 전용 케이스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라즈베리 파이의 PCB 단면적은 일반 신용카드 크기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이고 플레이스테이션 틴케이스의 높이는 라즈베리 파이 높이보다 0.8 cm 더 높기 때문에 사실 틴케이스의 크기는 라즈베리 파이 케이스로 만들기에 더없이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충분한 다능성을 보았으니 이제 직접 만들 시간입니다!
본격적으로 케이스를 만들어보자!
Step 1: 위치 선정
우선 어떤 입출력 포트가 어디로 나오면 좋겠는지 구상을 해보시는 것을 권장해드립니다. 케이블 연결이 보이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전면에, 케이블을 숨기는 쪽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후면에 포트가 보이도록 하시는 것을 권장해드립니다.
케이블이 나올 방향을 정하셨다면 포트가 틴케이스 벽면에서 얼마나 떨어져있게 하고 싶은지도 생각해보시면서 나사 구멍을 뚫어줄 위치를 계산하십시오.
Step 2: 나사구멍 뚫기
나사 구멍 위치를 잡으셨다면 이제 드릴로 구멍을 뚫어줄 차례입니다. 정확한 위치에 구멍을 뚫기 위해 구멍을 뚫을 위치를 펜 등으로 표시해두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펜으로 위치 표시를 끝내셨다면 보드를 잠시 치워둡시다.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 도구가 메인보드를 파손시칼 경우 곤란해지니까요. 드릴로 구멍을 뚫기 전에는 구멍을 쉽게 뚫기 위해 송곳이나 센터 펀치 등을 사용하여 움푹 패인 곳을 만들어 드릴 심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게끔 합니다.

이제 드릴로 구멍을 뚫어줍니다. 항상 큰 구멍을 뚫을 때에는 가는 심에서 굵은 심 순서대로 뚫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라즈베리 파이에 있는 나사구멍은 직경 2.5 mm이므로 뚫는 구멍의 직경은 2.5~2.7 mm 정도로 잡아두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구멍을 다 뚫으셨다면 2.5 나사구멍을 사용하는 스페이서(보드와 바닥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주는 금속 스탠드)를 너트를 사용해 구멍에 고정시켜줍니다. 보드와 금속을 바로 밀착시켜버릴 경우 합선의 위험이 생기므로 꼭 스페이서로 보드를 띄워두셔야 합니다. 고정해둔 게 풀릴까봐 불안하시다면 고정하신 후 글루건이나 용접으로 더 단단하게 고정시키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스폿 용접기가 있다면 좋겠지만 저는 용접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글루건을 사용하겠습니다.

Step 3: I/O 포트를 위한 구멍 뚫기
이제 USB 포트 및 LAN포트, 헤드폰 잭 및 HDMI 포트에 케이블을 꽂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구멍을 뚫을 것입니다. 우선 어느 부분을 얼마만큼 잘라내야 하는지 표시해둡시다. 저는 파이3와 파이4 모두 호환되는 케이스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구멍을 조금 넉넉하게 잘라주도록 할 것입니다.


다 잘라내셨다면 케이블이 잘들어가는지, 케이블이 단선될 수 있을 정도로 모서리가 날카로운지 등을 확인해주세요. 케이블이 잘 들어가고 단선 및 합선의 위험이 없다면 OK입니다!

Step 4: 마무리
보통 금속 제품을 만들 때에는 산화 방지를 위해 금속 위에 마감재를 뿌리는데, 이렇게 겉부분에 코팅 처리를 한 금속 제품도 절단하게 되면 절단면은 다시 공기중에 노출된 금속이 되므로 부식의 위험이 생기게 됩니다. 금속 제품을 재가공할 경우 가공 후 부식 방지 차원에서 스프레이 등으로 마감처리를 하시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마스킹 테이프로 스페이서의 나사 구멍만 악아준 뒤 스프레이로 코팅해줍시다.

이제 스프레이만 다 마르면 완성입니다!
케이스 완성 후기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즈베리 파이 케이스로 쓰고싶은 남는 틴케이스가 있다면 한번쯤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근데 웬만하면 케이스는 사서 쓰세요. 그게 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