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림체 혐오: 사람들은 왜 굴림체를 싫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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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보면 굴림체를 싫어하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부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굴림체 사용을 혐오하는 게시글에서 시작하여 굴림 혐오 디자이너 협회 (협회 디자인 설명 게시글), 굴림 제거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게시물 및 단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굴림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굴림계획 같은 굴림수호단체 및 Gulimize와 같은 ‘모든 글씨를 굴림체로 바꿔버리는’ 플러그인도 있습니다. 어째서 이 둘은 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일까요?

굴림, 그 서체의 역사

1973년, 일본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나카무라 유키히로 씨가 둥근고딕(丸ゴシック) 계열의 폰트 중 대표적인 서체라고 할 수 있는 ‘나카무라 라운드 (통칭 나루체/ナール)’ 폰트를 공개했고, 이후 ‘태나루’, ‘디나루’, ‘견나루’ 등 다양한 나루체 기반 한글 서체가 제작되었습니다. 이 중에서 상당히 유명한 폰트인 ‘굴림’은 한양정보통신에서 제작한 뒤 한국어판 Windows 3.1 에서부터 기본 탑재가 되기 시작한 폰트입니다. 해당 폰트는 Windows 95 운영체제 출시 때부터 약간의 수정 이후 Windows XP 버전까지 지속적으로 기본 폰트로 설정되었습니다. Windows Vista와 Windows 7에서는 기본 폰트가 맑은고딕으로 바뀌면서 굴림은 일부 대화상자에 혼용되었고 Windows 8 부터는 탑재만 되어있고 기본 설정으로는 표시되지 않는 폰트가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굴림체가 자주 사용되는 서체였는데, 과거에는 전자기기 화면 해상도가 별로 좋지 않아 가독성이 좋은 폰트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던 것에 반해 당시에는 가독성 좋은 무료 상업용 폰트가 별로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당시에 존재했던 다른 폰트와 달리 굴림의 경우 8~18 pt 크기에 비트맵 이미지를 삽입하여 타 서체들과 비교하였을 때 열악한 환경에서의 가독성이 비교적 더 좋아서 방송국에서의 미디어 제작이나 웹사이트 개설 등에 자주 사용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전자기기 화면의 평균 해상도는 상당히 높아졌으며 다양한 무료 상업용 폰트의 등장하고 굴림 폰트의 단점이 서서히 드러나게 됨으로서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짜가 상당히 오래되거나 계속해서 고증을 지켜나가는 일부 웹사이트를 제외하고는 사용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굴림체를 둘러싼 논쟁

굴림체의 사용이 많이 줄어든 지금까지도 굴림체는 특정 웹사이트나 문서 등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 우호적이거나 굴림체 사용을 반대하는 등의 반응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양 측의 주장 모두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굴림체를 싫어하는 사람들, 왜 굴림체가 싫은가

  • 굴림체는 디자인적인 서체가 아니다

굴림체는 기본 글씨체인데다 화면에 보이는 것을 우선시하다 보니 인쇄체나 디자인에서는 개성이 없다는 인식이 매우 강한 글꼴입니다. 또한 굴림체는 형태 변경 측면에서 그닥 자유로운 폰트가 아니기 때문에 ItalicsBold 등의 형태 변형을 적용할 경우 비트맵 이미지가 적용되지 않아 ‘일반 형태’의 텍스트와 대조하였을 때 상당한 이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디자이너처럼 일반적인 디자인에 대해 상당히 민감해하는 사람들은 굴림체 사용을 상당히 꺼려하고 있으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굴림체를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 굴림체의 기원에는 문제가 있다

굴림체는 기원이 나루체인 만큼 획이 일본식으로 그려져있습니다. 이러한 일본식 획을 채용한 부작용으로 한글 자음 ‘이응(ㅇ)’의 크기가 타 폰트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커서 글자가 커 보이는 부작용을 가져오며 글자와 글자 사이 간격이 넓어 띄어쓰기 구분이 어려워지는 등의 한글 구조와의 부조화가 상당히 크게 나타나게 됩니다. 해당 정보는 이 게시글이나 이 영상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굴림체를 선호하는 사람들, 왜 굴림체를 쓰는가

  • 기본 폰트는 깨지지 않는다

굴림체는 Windows 운영체제에 내장된 서체입니다. 현재 다수의 사무용/교육용/개인용 컴퓨터가 Windows 운영체제 및 Office 365와 같은 Microsoft 사 제품을 주로 사용하고 있고, 이 중에서는 Windows XP 지원 중단일로부터 한참 지나고 Windows 7 지원 중단이 가까워지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도 Windows XP 사용 기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굴림체 사용은 같은 Windows 기기 사이에서의 폰트 깨짐 현상의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외부에 노출되지않는 기획서 등의 서류는 XP 이하 버전을 사용하는 컴퓨터가 사내 환경에 존재한다면 폰트를 굴림체로 설정하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 됩니다. (Windows 7 이상부터는 맑은 고딕 사용이 호환성 및 가독성 측면에서 더욱 권장됩니다).

  • 단순한 취향이다

실제로 굴림체가 ‘예뻐서’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서체에 대해 논하는 사람 대부분은 디자인 종사자일 것이므로 상당수가 반대하겠지만, 자신이 ‘종사자’라는 이유만으로 타인에게 취향을 강요하는 것은 오만한 행위이므로 굴림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그럽게 받아주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상황별 굴림체 사용의 예시

굴림체,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은가

  • 고전 감성이 필요할 때

굴림체는 과거에 대중적으로 사용되었던 서체이기 때문에 옛날풍의 사진 및 영상을 만들 때 고전 감성을 살려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디자인보다 호환성이 더 중요한 경우

이전에 언급한 내용처럼 Windows XP 이하 버전의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컴퓨터가 업무 환경에 있을 경우 호환성 측면에서 굴림 사용이 도움이 됩니다.

굴림체, 어떤 상황에서 피해야 하는가

  • 문서를 전달받을 상대방이 디자인에 민감한 경우

문서를 전달받을 상대가 디자인에 민감한 경우, 둥근고딕 계열은 피해주는 것이 매너입니다. 호환성이 문제라면 돋움체라는 방안이 있습니다.

  • 간판 및 안내문 디자인 등을 제작할 경우

굴림체는 한국 디자이너 사이에서 피해야 할 대상입니다. 디자이너 사이에서의 혐오대상을 디자인에 넣는 것은 자제해주세요.

마무리

전에 굴림체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기회가 없었다고 느껴졌는데, 이번 기회에 저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나 추가되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시거나 producer.p@pseudoartist.com 으로 연락주시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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