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곽필름 카메라 개조 (시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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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림이 들어있지만, 이미 고인이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 1969년식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단돈 10달러+배송비 50달러에 구매하게 되었다. 그러나, ‘1969년식 폴라로이드 카메라‘라는 말에서 알 수 있다시피, 해당 카메라는 우리가 아는 인스탁스 같은 필름이 아닌, 구형 폴라로이드 전용 필름을 사용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구형 폴라로이드 필름. 속칭 ‘팩필름’. 우리식으로 하면 ‘곽필름’

아 물론 구형 폴라로이드 필름은 있기는 하다. 당장에 폴라로이드에서 판매하는 정품 필름이 있었는데, 얘네들이 어떻게 되었냐면…

대재앙이 터졌습니다!

이렇게 되버려서 필름이 단종되었다. 여기서 1차적으로 화나지는…않았다. 이게 10년전 일인데, 10년전이면 난 국민학교 6학년생이였고, 그때당시에는 카메라에 대해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체제는 있‘었’다.

이건 구 폴라로이드의 690을 대체할 물건이였으며, 이외에도 664를 대체할 FP-100B, 667을 대체할 FP-3000B가 있었는데, 진즉에 단종되었으니 없는 셈 치자.

참고로, 내가 과거형으로 쓴 것은 다 이유가 있다.

2016년쯤, 후지필름에서 돌연 단종을 선언해버리고, 작년 초쯤에 출하를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터트려버리고 말았다. 여기서 1차적으로 화났다. 하필이면 내가 카메라를 지른 시점에서 절판된 사실을 알아버렸으니 말이다.

물론 이건 반 이상은 내 책임이라서 더 이상 화내기도 뭣한 상황이였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누가 그딴거 사래?”

어느 커뮤니티의 명언

그리고, 저조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계속 필름을 생산해준 후지필름에게 감사를 표하지는 못할망정 화내기나 하다니. 그래도 그 포맷의 유일한 제품을, 대체제도 없이, 그것도 인수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생산 기기조차 전부 못쓰게 만들어놓고 단종시켰으니 여전히 화난다.

물론, 현재는 ‘폴라로이드 오리지날‘이라는 상표를 달고 정품 필름을 생산하는 업체가 있다. 이쪽 업계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이라면 적어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그 이름, ‘임파서블 프로젝트‘.

자 그럼 임파서블에서 폴라로이드 필름을 생산해주니까 ‘게임 끝! 이야기 끝! 카메라 개조는 없었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대요~’같은 해피 엔딩이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작년인가 재작년쯤에 임파서블에서 아주 대놓고 CEO 명의로 이런 성명을 내놓았다.

‘우리는 구형 카메라용 팩필름이나 롤필름을 만들 장비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폴라로이드 오리지날 사장

폴라로이드에서 폴라로이드 필름을 만들지 않는다고 배째라식으로 나온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그러다가, 이를 매우 아쉬워했던 어느 영웅적인 사람이, “안된다면 우리가 처음부터 만들면 되잖아.” 라는 구호를 걸고 구형 필름을 복각하는 프로젝트가 세워졌다. 이름하야 ‘One Instant’

보시면 알겠지만, 저거 한팩에 한장이다. 결론은 곽필름의 형태를 띈 시트필름.

일단 이 프로젝트도 눈물과 고생의 연속이지만, 여기서는 따로 설명을 하지 않겠다. 이거로 이야기를 하려면 글을 통째로 쓰는게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가격을 보니 이거 무지 비싸다. 3만원짜리 한통에 1장씩 들어가는 팩이 3팩 들어가는데, 그러면 한 장당 만원 좀 넘는 금액이 나온다. 애초에 이 사람들도 킥스타터 글에 ‘수제 필름이다 보니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라고 밝혔을 정도니 말 다했다.

그리고 애초에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던 그런 ‘구형 폴라로이드 팩필름’과는 거리가 꽤 많이 떨어진 물건이다. 뭐.. 팩필름 카메라에 들어가는 팩필름 비슷한 물건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8장 내지는 10장의 필름이 한 팩에 들어가는 필름’으로 정의되는 팩필름과는 확실히 다르다. 한팩에 한장씩이라니. 굳~이 유사점을 찾자면 545홀더에 들어가는 50, 70번대 필름이랑 비슷하리라.

결론적으로 상황을 요약하자면

  • 1. 내가 카메라를 샀는데
  • 2. 필름이 다 단종되었고, 대체제마저 없는 상황에서
  • 3. 그나마 유통기한 지난 필름이라도 사려 했더만 필름값이 한팩에 4만원, 5만원을 넘었고
  • 4. 그것때문에 열받은 前임파서블 직원이 구형 곽필름을 복각한다고 나섰는데
  • 5. 얘들은 필름 한 장에 만원씩 받는댄다.
  • 6. 망했다.

그렇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정확히는 팩필름을 내가 만든다는것은 아니지만, 팩필름이 재발매될 때 까지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후지필름에서 생산중인 ‘인스탁스 와이드’라는 필름이 공교롭게도 내가 가지고 있는 구형 폴라로이드에 아주 적절하게 맞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안그래도 외국에서는 인스탁스 카메라와 폴라로이드를 결합한 혼종을 만들어서 아주 잘 쓰고 있다는데, 나라고 못 쓰랴.

혼종을 만드는 재료는 의외로 간단하다.

필요로 하는 재료는 은근히 간단하다. 잘 작동되는 폴라로이드 카메라 하나와, 잘 작동되는 인쓰똭쓰 카메라 하나.

구형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어떤걸 써도 제한이 없다. 이론적으로는 최초의 폴라로이드 카메라인 모델95도 가능하다. 다만, 구형 두루마리 필름 카메라는 40- 사이즈가 들어가는것을, 구형 곽필름 카메라는 아래의 조건만 맞으면 웬만하면 된다.

뷰파인더가 접이식 뷰파인더여야 할 것.

예전에 210모델을 개조하다가 실패한 사람.

인스탁스 카메라는 100, 200, 210, 300, (500)이 있는데, 이 중 100, 300모델이 그럭저럭 편하고, 200, 210은 후가공을 좀 많이. 매우 많이 해줘야 한다.

어차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필름을 꽂고, 현상을 하는 매커니즘 부속 뿐이므로 그냥 중고장터에서 싸게 파는거 쓰면 어떻게든 된다.​

여기서 주의사항이 하나 있다. 카메라를 분해하면 모터와 기판이 나올 것이다. 기판은 전선 엮을 자신만 있으면 버리면 되는데, 모터나 기타 기어 들어가는거는 웬만하면 보존해서 끝까지 쓰도록 하자. 괜히 수동식으로 만든답시고 막 작업했다가 흔히들 말하는 ‘젊은날의 실수’처럼 실패하고 창고에 처박는 대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자.

분해를 하다보면 요것만 남게 된다.

우선, 인스탁스 카메라부터 분해를 하자. 시계용 드라이버로 보이는대로 전부 나사를 풀어헤치다보면, 케이스와 렌즈가 분리가 될 것이다.

사진상으로는 건전지 홀더가 오른쪽에 있으나, 구형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맞아 떨어지게 장착하기 위해서는 이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왼쪽에 별도의 건전지 홀더를 장착해서 전원을 공급해야만 한다.

건전지 홀더는 AA사이즈 4개가 들어가는 물건이면 좋다. 여기서 스위치가 장착된 것이면? 금상첨화.

어차피 쓸모 없는 우측의 건전지 홀더는 갈아내버리자.

대략 이런 식으로, 우측에 있는 건전지 홀더는 최대한 갈아내도록 하고, 대신에 별도로 전선을 빼서 죄측 여유공간-원래는 셔터용 건전지 홀더가 들어가던 그 복잡한 자리에 건전지 홀더를 넣어야 한다.

여기서 나의 전무후무한 실수를 하게 되었다. 폴라로이드에서는 곽필름 카메라를 개발할 당시, 폴라로이드의 ‘전자식 셔터’를 장착한 카메라로 개발하였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3v 내지는 4.5v의 전력을 요구하게 되었으며, 이는 배터리로 충당하게끔 되어 있었다.

물론 그 배터리는 좌측 여유공간에 들어가게끔 설계가 되어 있었는데, 그걸 갈아내버렸다? 그럼 그 카메라 버려야 한다. 아니면 억지로 배선작업을 하던가.

물론, 후술할 대로 카메라 뼈대에 수동 셔터를 장착하면 그런대로 쓸 수는 있다.

사실 이것도 잘못산거다.

여기서 잠깐. 수동 셔터란

말 그대로 셔터 속도와 조리개를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셔터다. 이베이에서 대충 4~90불에 사면 적절한 가격이다. 127mm shutter이라 치면 나온다.

왼쪽에 달린거는 ‘케이블 릴리즈’라고 해서 원래는 원격으로 셔터를 취급할 때 쓰는 물건인데, 이놈의 수동셔터는 저걸 끼우지 않으면 동작 자체를 하지 않으니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구형 팩필름 카메라에 수동셔터를 장착하는 방법은 여기에 아주 친절하게 게재되어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폴라로이드 매커니즘을 카메라 후면에 적절히 장착을 했으면, 이제 케이스를 만들 차례이다. 불행히도, 3D 프린터라는 초 하이테크 현대문명을 쓸 수 없었던 당시 상황상, 포맥스판을 야매로 절단해서 사용하는 패기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점을 양해 부탁한다.

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은 철저하게 필름에 닿아야 하지만, 그 외에 케이스나 다른곳에서 들어온 빛은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에폭시 퍼티를 빛이 들어올 수 있는곳에 철저히 발라서 이를 막아야 한다. 아 물론, 미관을 위해서 사포질은 잊지 말고.

알루미늄 테이프로 적절히 외관을 처리해주었다. 물론, 미관상으로는 적절치 않으나, 당분간 임시로 쓸거면 이것도 나름 감지덕지.

완성이다. 처음 만들어서 그런지 완성도가 떨어지고, 기능면에서 많이 딸리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즉석사진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작일 뿐이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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